공연
사정으로 대학로 공연을 놓쳤는데 다행히 고양 어울림누리 극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 분장실이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 때는 체홉도, 세자매도, 갈매기도 겨우 어렴풋이 알던 시절이라 연극을 올리면서도
이 희곡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다시금 이 극을 접하며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을 꿈꾸던 저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배우를 하고 있음에도 어려운 개인 사정과 일에 대한 권태, 자리를 지켜야하는 압박감으로 힘겨움을 겪고 있는 C,
평생을 갈망하던 배우라는 일에 결국 도달하지 못한 프롬프터 A, B, D,
이들 각자의 마음을 갈매기라는 대 희곡 대사로써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 때 교수님께서 체홉이 좋다는 저의 말에 왜냐고 물으셨을 때, 보면 볼 수록 또 뭐가 보이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체홉의 희곡, 특히 <갈매기>라는 작품은 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까만 글씨 외에도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그것들을 꺼내 '배우'에 대한 갈망을 표현함으로서 모든 배우들과 배우 지망생들, 또 저와 같이 배우를 꿈꾸었던 사람들에게 미소와 위로를 건넨 작품이 바로 <분장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전을 알고 보았는데도 놀랐을 정도로 무대 위 네명의 배우들의 호흡이 좋았습니다.
C가 (의도치 않게) 분장실에 남은 A, B, D 를 향해 전달한 니나의 대사가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트루게네프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죠, "밤에 자기 집 지붕 아래서 쉴 수 있는 사람은, 따스한 구석 자리에서 쉴 수 있는 이는 평안하다."
이 대사가 이미 배우인 C와 미처 배우가 되지 못한 A, B, D에게, 또 관객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는 <세자매>를 공연하며 드디어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된 A, B, D의 모습도 이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드립니다.
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