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늘 3호선을 타고 1시간 넘게 달려가야만 볼 수 있었던 국립국악원의 수준 높은 공연이 우리 동네 공연장을 찾아왔다.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3시. 어울림극장에는 전에 없이 많은 관객으로 활기가 넘쳤다. 공연 시작 전에 그닥 여유있게 도착하지 못한 탓에 사전행사인 로봇춤은 보지 못하고 곧바로 공연장 입장. 종묘제례악은 이미 국립국악원에서 1번 관람한 적이 있었기에 과연 어울림극장에서 보는 종묘제례악은 어떨까? 서로 다른 공연장 컨디션(무대 크기, 무대 및 음향 장치, 관객의 호응 등)에 따라 같은 공연이라 해도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그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해설(김영운 전 국립국악원장)이 있다는 점이었다. 종묘와 종묘제례, 종묘제례악이 가진 상징과 의미 뿐 아니라 무형유산으로서 종묘제례악이 500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꼼꼼한 기록과 보존과 전승에 관한 이야기를 알기 쉽고 유쾌하게 풀어준 해설.(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부모님과 함께 온 학생들도 꽤 보였다. '너희 오늘 정말 잘 온 거야!' 하마터면 그 학생들 붙들고 이렇게 말할 뻔 했다. ㅋㅋ 집 가까이 있는데도 정말 오랜만에 공연 관람을 하러 온 어울림극장. 그동안 사실 나의 관심을 끌만한 공연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울림극장에 이렇게나 많은 관람객이 모여, 이렇게나 호응도 높게, 그것도 '종묘제례악'이라는 전통문화 공연을 즐기는 현장에 나도 관객으로 함께했다는 것 또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고양문화재단에서 무형유산 등 전통예술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수준 높은 공연들을 많이 유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