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대학교 1학년때던가...노래방이 생긴지 얼마 안되었던 그 시절, 우리에게 노래방이란 얼마나 놀라운 공간이었던가. 이제는 너무도 식상하고 익숙한 수많은 방...들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나에게 노래방이란 참으로 정겨운 공간이다.
몇년전, 서울 어느 작은 공연장에서 봤던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좀 할까'를, 새라새극장에서 다시 한다는 것도,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다가 보게되었고, 왠지 오랫만에 친구와 노래방가는 기분으로, 가서 다시한번 아련함을 느끼고 싶어져서 급하게 예매해서 보러갔다.
너무도 아무렇지않은, 노래방 주인, 정선아배우의 오프닝이, 자연스럽게 우리가 앉아있는 곳을 노래방으로 만들어주었고, 그래서였을까,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노래방주인의 이야기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하던 그 사람들의 이야기도, 왠지 너무나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같아서, 시간가는지 모르고 그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너도 그러니?"라고 물었다면, 왠지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아야할 것같았던, 참으로 진솔한 이야기...
너무도 화려하고 멋진, 웅장한 작품들만을, 공연이라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사는 것은 그냥 이런 수다와 찌질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랄까.
사람냄새나는,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가끔,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노래방주인과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