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브루스 리우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이번 리사이틀은 내게 정말 특별했다. 나는 클래식 공연에 혼자서 가본 적이 없다. 꼭 누구와 함께여야만 공연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리사이틀을 예매하고 혼자서 보러 가며 나름 혼자서 보러 가는 리사이틀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솔리스트들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더군다나 우리집은 아람누리라는 공연장으로부터 도보 10분거리, 최적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더 자주 올 결심을 하게 되었다.
2023년 브루스의 내한 리사이틀을 예매하고 공연날만 기다렸다. 공연 시작 전 플레이 리스트를 보고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유튜브로 시청했다. 즉 예습 아닌 예습을 했다.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고, 첫 곡은 장 필리프 라모의 곡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곡을 듣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두번째, 세번째 곡은 쇼팽이었다. 쇼팽 콩쿨 우승자의 쇼팽이라니! 너무 가슴이 웅장해졌다. 특히, 세번째 곡은 쇼팽 소나타 2번 장송 행진곡이었다. 우리나라말로 장송은 말 그대로 장례식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브루스의 장송 행진곡은 장례식에서 주는 슬픔의 의미를 뛰어넘어 쓸쓸함까지 갖추고 있는것 같았다. 폴란드의 바르샤바가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역사적 사건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명명된 곡 이름처럼 잔잔함과 슬픔, 쓸쓸함의 감정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곡이었다. 특히 2악장의 3박자 스케르초 부분에서 중후한 무게감과 동시에 빠르게 건반을 치는 것을 보며 장송 행진곡에서 이 부분이 제일 난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공연 후에 찾아보니 이 부분이 제일 피아니스트들에게 어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마지막 곡은 "사랑의 꿈" 등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곡가, 리스트의 작품 돈 주앙의 회상이었다. 이 곡을 들으며 난 브루스의 연주가 끝이 나지 않길 바랬다.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를 넘나들며 곡의 클라이막스를 향할 때쯤이면 "제발 이 곡이 끝나지 않길"이라는 생각을 수백번 한것 같다. 그만큼 브루스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내 클래식 인생 중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쳤다. 의도한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 몸이 일어서졌다. 그게 이 리사이틀을 위해, 이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관중들에게 최선의 리사이틀을 선물하러 한국에 온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했다. 앵콜 곡으로 가장 대중적인 쇼팽의 곡들을 선보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번 리사이틀 이전까지, 나는 피아노 리사이틀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해야 피아노가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루스의 리사이틀은 나의 고정관념을 깨 주었고, 피아노 하나의 악기만으로 피아니스트는 여러가지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는 깨달음 또한 선사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학부 시절 오케스트라를 했던 클래식인으로서 감히 이번 브루스 리우 리사이틀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