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하델리히의 연주를 듣기 위해 고양아람누리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서울시향과의 협연 때 깊은 인상을 받고, 앞으로 리사이틀을 볼 기회가 있으면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공교롭게도 작년 가을에 쾰른에 갔을 때 하델리히 리사이틀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쾰쉬 맥주를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했죠. ㅜㅜ
어쨌든 올해 다시 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첫 곡인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부터 하델리히의 연주 성향을 확연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다른 연주자들의 빠르고 경쾌한 프렐류드가 아니라 섬세하고 부드러운 프렐류드였습니다.
활을 조금만 쓰면서 효과를 의식하는 과정된 연주보다는 손이 닿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세심한 연주 스타일이었지요.
콜리지 테일러 퍼킨스의 블루스를 연주한 후,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3번과 커플링되어 종종 연주되는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2번.
이자이 소나타 역시 상당히 정교한 연주였으면서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바흐의 곡이 섬세했다면 퍼킨스와 이자이의 곡에서는 비루투오소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주었습니다.
후반부는 단 한곡, 바흐 파르티타 2번이었는데 듣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전공자는 아니라 연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하델리히를 보면 항상 연주 능력 뿐 아니라 음악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 반응도 좋았고 사인줄도 꽤나 길었는데 우리나라에 하델리히의 인기가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언제 이렇게 많은 국내 팬들을 가지게 된 건가요?
하델리히 정도의 연주자라면 당연한 거겠지만요.
리사이틀인데다가 본 공연 프로그램이 짧아서 앵콜을 3곡 정도 기대했으나 바흐 한 곡으로 끝났는데, 생각해 보니 어제 협연하고 오늘 리사이틀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멀리 다녀온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고 보람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고양아람누리도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도 이런 멋진 연주자를 많이 볼 수 있기 바랍니다.
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