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창릉동 - 북한산 정경부인 오씨 (밥할머니) 이야기
불광동 (현재의 연천마을)에서 살던 오씨 여인은 마을의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지혜가 뛰어나 사람들로부터 오 여사 (女士, 여자선비) 라고 불렸습니다. 1592년 오 여사의 나이 마흔아홉 살 때 임진왜란이 일어났습니다.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은 고양 벽제관 부근에서 왜군과 큰 전투를 벌이고 패퇴하였고, 기세를 올린 왜군은 창릉천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때 오 여사는 밤중에 동네 사람들을 이끌고 가서 북한산 노적봉을 짚으로 둘러 노적가리처럼 위장하게 하고 창릉천 상류에 석회를 뿌린 뒤 이튿날 함지막을 이고 창릉천으로 갔습니다.
마침 왜병들이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오 여사를 보고 물이 뿌연 까닭을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오 여사는 북한산 노적봉을 가리키며 저곳에 조선군 수만 명이 주둔해 있는데 저것이 바로 조선군이 군량미를 쌓아둔 노적가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선 "마침 밥을 지을 시간이니 쌀 씻은 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백성들에게 배급하는 쌀을 받아오는 길"이라며 함지막의 쌀을 보여주곤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왜적들은 오 여사가 사라진 후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하고자 앞다투어 물을 마시고 끌고 왔던 말에게도 물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이 물을 마신 왜적들은 다들 배탈이 나서 배를 움켜잡고 쓰러져 고통스러워 오만상을 찡그렸습니다. 그 무렵 오 여사는 급히 조명연합군에게 전갈을 보내 창릉천을 급습하게 했습니다. 이날 전투 이후 왜군은 퇴각을 거듭했습니다.
이후 오 여사는 마을의 여인들을 모아 의병대상군을 조직해 북한산 일대에서 펼쳐지는 전투 때마다 병사들에게 끼니를 제공하고 부상자 치료를 도왔으며 전황 연락책을 맡아 봉화를 올렸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병대, 오 여사는 첫 여성의병장이었습니다.
창릉천 쌀뜨물 사건 이후 그녀는 '밥한(어)머니(나중에 밥할머니로 변화)'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선조는 노적봉이 잘 보이는 창릉 모퉁이에 그녀를 기리는 석상을 세웠습니다. 밥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왕은 그녀의 남편인 문옥형에게도 가선대부 위계를 내렸고, 밥할머니는 정경부인으로 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