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2025-04-07
왜 나만 이럴까? 왜 하필 나만 이상할까?
왜 나만 이럴까? 왜 하필 나만 이상할까?
아마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 이상은 해 보았을 질문이 아닐까요? 연극 '톡톡'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과 길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보통 독특함은 장점으로 평가되는데, 그러려면 그 독특함이 모두가 원하는 것이거나, 멋있는 것이거나, 하다못해 그걸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만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프레드처럼 쌍욕을 시도때도 없이 내뱉는다거나, 뱅상처럼 분위기고 상황이고 상관하지 않고 마구 숫자를 읊는다거나, 블랑슈처럼 잠시도 참지 못하고 소독약을 뿌리며 화장실로 뛰어간다거나, 마리처럼 일상생활 불가할 정도로 신을 찾아댄다거나, 릴리처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거나, 밥처럼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선을 밟으면 기절해버리는 독특함은 보통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고 따돌림받죠.
원해서 그런 게 아닌데, 마치 그들의 그런 '독특함'을 스스로 원하는 사람처럼 취급하는게 세상입니다. 그리고 그런 원하지 않은 독특함을 지닌 사람들은 안으로 파고들면서 스스로를 감춰 버리죠. 톡톡은 그런 숨어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누구인지, 왜 이런 모습인지, 그리고 이런 '독특함'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캐릭터 소개를 읽으면서, 어쩌면 많이 무거울수도 있겠다. 돌이 가슴에 얹힌 것 같은 무거운 설정은 우울해서 잘 보지 않는데 어떡하지,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톡톡은 병증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극이었어요. 오지 않는 의사를 기다리며 시간 죽이기로, 어쩌면 다시는 볼 일 없을 사람이라 생각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위로하면서 희망을 품고 이것저것 해보는 상황의 이야기였습니다.
덕분에 관객으로서,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고민거리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여섯 명의 사연에 귀기울이고 그들이 어떻게 하루를 사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혼자였으면 괴로워하고 힘들었을 사람들이, 비슷한 서로와 함께하니 툭 터놓고 증상을 발사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증상을 낫게 해보자며 우당탕탕 머리를 맞대 보기도 하는 모습이 정감가고 귀여웠어요.
위생 강박에 툭 하면 택시기사 뱅상을 병균 취급하는(ㅋㅋㅋ)블랑슈가 개인적으론 너무 재미있었고요. 어이없어하면서도 참 알차게 블랑슈를 괴롭히던 뱅상도 정망 너무 얄밉고 웃겼습니다. 꼭 나가서 택시타면 뱅상같은 기사님 만날 것 같아요.
약간 소심하지만 필요할땐 턱 똑바로 치켜들고 할말 다 하는(두 번 하는) 릴리도 너무너무 사랑스러웠고, 그런 릴리를 등떠밀어주고 응원해주는 밥은 참 든든하고 멋졌어요.(코 찡긋 하는 모습이 릴리랑 너무 케미가 좋았네요)
걱정 과잉에 신에 집착하는 마리는 너무 현실적이었고, 프레드는 개인적으로 더더더더더 현실적이라 너무너무 가슴아팠어요. 찰지게 욕을 할때는 놀라면서도 감초같은 욕이 너무 재밌었는데, 남는게 시간이라고 하면서 오지않는 의사&실패한 자가 그룹치료때문에 사람들이 실망할때 혼자 초연하고 꿋꿋하게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가슴이 아렸어요.
톡톡이 아니면 이렇게 많은 증상과 그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알 기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봤고
또 그 이야기가 단순히 '우리도 정상이에요! 더불어 살아요!'하는 내용이 아닌, '이런 우리도 주변에 있어요. 그리고 우린 우리 나름대로 나아갈 거예요'를 보여주는 내용이라 굉장히 울림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반전으로 프레드가 쌍욕을 하며 사실은 의사였다는 결말이 드러났을 때, 놀라면서도 굉장히 좋았어요. 독특한 증상을 '이겨내야 할 병'이 아닌,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나의 특징'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뚜렛증후군을 고친 의사가 아닌, 뚜렛증후군을 가진 의사였다는 점과 나머지 5명의 사람들을 '말끔히 고치는' 스토리가 아닌, '내 삶을 이어가고 살아가는' 스토리라서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했습니다.
비록 톡톡의 등장인물들처럼 조금 심각한 증상은 아니지만, 저에게도 남들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느끼는 '독특함'이 있었기에 이 작품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공연을 본 후로는 '왜 나만? 왜 하필 내가?'라는 질문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이걸로 뭘 해볼 수 있을까?'라는 답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열연해 주신 배우님들 모두 너무너무 좋았어요. 주로 뮤지컬을 자주 보는데, 연극을 보니 생생한 표정연기와 대사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많은 등장인물들에 하나하나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노래나 무대 변화 없이도 푹 빠져서 보고왔네요.ㅎㅎ 연극의 매력이 이런 거였지, 하고 다시 느낀 공연이라 앞으로 더 연극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보통 서울에서 이런 연극은 많이 공연하는데, 집 근처 고양에서 볼 수 있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어울림누리 수영장만 가다가 별모래극장은 처음 와 봤는데 서울 혜화에서 자주 가던 소극장보다 더 크고 깔끔하고 쾌적하더군요! 게다가 할인 옵션도 많아서 저렴했고, 공연장 직원분들도 아주 친절하셔서 정말 좋은 관람 하고 왔습니다.
재밌는 작품 좋은 기회에 볼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주말이었네요. 보통 이런 공연 섭외는 누가 기획하시는거죠? 다음에 오는 공연도 살펴봤는데 좋다고 얘기듣고 흥미로운 작품이라 앞으로 어울림누리에서 문화생활 자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근처에서 좋은 작품들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네요. 고양에서 사는게 행복해졌어요. 서울로 놀러가는 시간 줄어들듯 합니다.ㅎㅎ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가져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