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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건

• 김*분2012-12-02
  오랜 인연이란 것... 그리고 잃어버린 것.
  
   강. 신. 일. 
   나 혼자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란 느낌으로 사는 것. 참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연예인....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은... 나는 잘 아는 것 같지만 그는 전혀 나를 모르는 것이다. 
  
   강. 신. 일. 
   잠시나마 함께 일을 했고, 좋은 선배님으로 모셨고, 좋은 분이신지라 잘 대해 주셨다. 학림에 연극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도 함께 갈 수 있게 해주시고, 김민기씨와의 술자리에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시고, 더구나 집 근처 화정에서 대포 한잔 기울이는 일도 서너번 가질 수 있었다. 전화하고 시간 내 주십사 하면 애써 시간을 내 주시는 좋은 분이셨다. 20대 치기로 연극에 대해 문화 예술 공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배님에게 많은 질문과 하소연, 수다를 떨었다.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일을 하면서는 그에 대한 누구보다 심층 인터뷰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자신하며 혜화동 전통 찻집에서 오랜 시간 어색한 인터뷰를 했다. 기획과 방향이 잡히지 않은 것이어서 오히려 온갖 관심거리들을 모두 묻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프게도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음성과 표정, 그리고 느낌만 남아있다. 허튼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좋아하는 선배님으로 마음에 두고 오래도록 연락을 할 것처럼 착각했지만, 당연하게도 사는 일은 이리 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정신없이 흘러갔고, 어느덧, 아줌마가 되어 어울림 극장 맞은 편 아파트에 살고있었다. 
  
   어울림 극장에서 국제 어린이 영화제 폐막식을 할 때였을 것이다. 폐막식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해서 아이 손을 이끌고 가던 길에, 폐막식 귀빈으로 초청된 강신일 선배와 이춘연 선생을 만났다. 계단에서 나도모르게 인사를 건내고 말았다. "어? 선배님?" 그런데 7-8년이 더 지났을 세월을 넘어 그가 날 알아보았다. 동네 아줌마 모습으로 아이 하나 손에 데리고... 동네에 나선 나를 알아보고는 '지금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그냥. 아줌마. 사실 공연 예술 기획을 잘 배우지도 못하고 다른 일로 다시 다른 일로 옮기고 옮겨다닌 사연과 곡절을 어찌 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반가왔다. 그리고 너무나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춘연선생님까지도 기억을 해내는 것에는 놀랍기까지 했다. 그 짧은 사건으로 연락을 하기로 하고 건네 받은 명함으로 더 잘아는 사이같은 기분이 생겼다.
  
   강. 신. 일. 
   얼마간의 친분이야 잊혀질 일이었지만, 이름을 잊을리는 없다. 그가 연극무대에서 얼마나 따뜻하고 진솔한 사람인지를 확인할 기회가 멀어졌지만, 아주 멀리서 TV와 스크린에 나오는 그를 보고 지냈다. 
   연예면 기사 거리로 그의 근황이 전해지는 것이 알 수 있는 전부... 그가 아프다고 했다. 수술을 했다고 했고, 투병생활을 한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여전히 그는 연기하고 있었으므로 별 걱정 없었다. 
  
  
   강. 신. 일.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연극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생활하고 있다가 문득 발견했다. 무척 보고싶어졌다. 
   선배님!..  하고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싶어졌다. 일찍부터 예매하고 며칠 전부터 마음을 설레며,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그 추레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나름 신경썼다. 아무 소용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좌석이 그렇게 무대 한 가운데 제일 앞줄일 줄은 몰랐다. 1열이 아니었기에. 
   어색하기까지 할 만큼 너무 가까운 자리에서 그것도 정면으로 대면하여 공연을 봤다. 
   선배가 알아볼 거라 믿어의심치 않으면서. 
   공연이 진행될 수록 아는 사람, 강신일이 아니라 무대 위의 배우 강신일에 점점 빠져들었다. 처음 맨 앞줄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노래와 음악, 낭송과 연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가 연극을 시작하던 시절, 칠수와 만수 공연을 보러 갔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함께 겹쳐졌다. 
   그가 연극을 하고 있던 무대 사진 위에 함께 일했던 추억도 더해졌다. 그렇게 그를 알게 된지 15년이 넘는구나. 마음 속으로는 혼자말도하며 공연을 보고 있었다. "선배님, 우리 나름 알고 지낸 인연이 오래되었네요 " 
   
   그가 부르는 노래들은 한결같이 내가 그 시절 특별히도 좋하하고 자주 부르던 노래였다. 
   서울로 가는 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가 맨처음 낭송한 시는 공책에 적어두고 외우다시피했던 소녀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건드렸다. 
   목마와 숙녀...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저 노래, 저 시에 대해, 저 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함께 같은 시절을 보냈구나 ... 그 차오르는 기분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공연을 보았다. 
  
   어설프게 준비해간 꽃다발을 들고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로 안내를 받고
   아들 손을 잡고 찾아갔다. 어울림 극장에서 지나치듯 만났을 때 꼬마였던 아들이 이제 어엿한 10대가 되었으니 잘 인사드리도록 해주고 싶었다. 
  
   선배님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다. 그리고 못내 미안해하셨다. 
   다른 절친하게 지내는 배우들이 속속 대기실에 찾아와 인사를 건냈다. 자리를 피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사춘기가 시작되어서일까? 예민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여서일까? 아들 녀석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데 창피하게 뭐하로 아는체를 하러 왔느냐며 공연을 재미나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서운해했다. 무척 언짢아했고, 속상해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당혹스런 일이었다. 아이에게 배우보다 더 큰 엄마의 자리가 있었다. 엄마가 무시당하는 자리라고 느낀 것 같다. 
   심지어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아들이 강신일 선배를 싫어하게 될까 염려되었다.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공연장을 나와서 다시 주차장에 있는 그를 만났다. 다시 가서 아이가 서운해하는 것같아서 사진 한장 찍어주십사 부탁을 했다. 아이로서는 사실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다시 만나서도 그는 내가 잘 기억나지 않는 모습 같았다는 것이다. 아이는 그것이 그렇게 민감하게 속상한 일이었다. 
  
   내 마음 속에만 있었고, 내 추억 속에 있는 강. 신. 일. 
   내 착각으로 인해, 아들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나보다. 
  
   사족이라고 하던가... 그리지 말았어야 할 그림처럼.. 
   공연 자체만으로 따뜻하고 재미있고 근사했는데.. 
   또 반갑고 고맙고 행복했는데... 
  
   여전히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 강. 신. 일. 
   그의 건강을 기원할 따름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그를 오래도록 볼 수 있도록. 그의 연기하는 모습을 안타따와하지 않고 맘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그가 더욱 건강해지길 간절하게 빌고 또 빈다. 
  
   선배님. ....  그를 부르는 호칭이야 잃어버리더라도
   그를 잃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