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탄현동 - 숯고개와 이성계 이야기
고려 왕조가 차츰 기울고 있을 때 이성계는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하고자 했습니다. 이성계는 새 나라의 수도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는 멸망하더라도 고려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북쪽으로 치우쳐 있어 나랏일을 보기에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성계는 민심을 수습하고 더 살기 좋은 도읍지를 찾기 위해 동생과 함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고양 땅 탄현, 일명 숯고개를 넘어갈 때였습니다. 화창한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몰리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숯고개에는 다행히도 참나무가 빼곡히 우거져 있어 잠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나기는 그칠 줄 모르고 점점 더 거세졌습니다.
이성계와 동생은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천막처럼 생긴 바위 밑에 굴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곳에 들어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굴 밖에서 "어~흥~" 하는 호랑이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아뿔싸, 그곳이 호랑이 굴이었던 것입니다. 호랑이는 자기 굴에 침입한 두 사람을 보고 몹시 흥분했습니다.
번뜩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앞발로 땅을 매섭게 파헤치며 큰 소리로 으르렁 거렸습니다. 기겁한 두 형제, 동생이 먼저 정신을 가다듬고 형에게 말했습니다. "형님, 여기서 둘 다 호랑이 밥이 될 수는 없습니다. 형님은 나라를 세우실 분이니 제가 죽겠습니다."
"아우야, 그럴 수는 없다. 어찌 내가 살겠다고 너를 호랑이에게 던지겠느냐?"
잠시 후 이성계와 동생은 옷을 굴 밖으로 던졌습니다. 호랑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성계의 옷을 깔고 앉아 두 눈을 번뜩이며 으르렁거렸습니다. 이성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잇는 동생을 두고 약속한 대로 호랑이의 밥이 되기 위해 성큼성큼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호랑이는 이성계를 잡아먹기는 커녕 바로 굴 안의 동생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호랑이도 이성계가 나라를 세울 큰 인물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마침내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고 왕이 된 후 동생의 명복을 빌기 위해 호랑이굴 근처에 죽은 동생의 묏자리를 썼습니다. 그 묏자리가 현재 탄현동 홀트학교가 있는 고개 쪽이라고 지역 어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