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성사동 - 베라산 마을의 아기장사 이야기
옛날 성사동 별아산 아래에 있는 베라산마을에 심상치 않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던 날, 마을 앞 5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아기 울음소리에 놀라 사시나무 떨 듯 떨었고, 동네 사람들은 큰 울음소리 때문에 귀가 얼얼하여 며칠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베라산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두 살이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이 별난 아기를 아기장사라고 불렀습니다. 아기장사는 마을 뒤편의 별아산에 올라 큰 바위를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기도 하고, 바위에 올라 알아듣지 못할 벼락같은 소리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더욱 기이하게는 아기장사가 "용마야, 용마야!" 하고 고함을 지르면 날개달린 흰 용마가 날아와 아기를 태우고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호시탐탐 조선 땅을 노리던 일본 첩자가 이 소문을 듣고 마을로 숨어 들어와 동네 수다쟁이 넙죽에미를 매수하여 아기장사를 없앨 궁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장사의 힘이 날개에서 비롯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넙죽에미는 인두를 달궈 잠들어 있는 아기장사의 양쪽 날개를 지져버렸습니다. 아기장사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기절해버렸습니다.
며칠 뒤 눈을 뜬 아기장사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젖을 먹지도 않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기의 부모는 치료법도 찾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기장사가 여덟 살이 되던 해, 파주 고광사의 한 스님이 마을에 들렀다가 '큰 인문이 될 아이가 가엽게 되었다.' 며 절로 데려가 나라를 위해 일할 인물로 키우겠다고 말했습니다. 몇 년이 흐른 뒤 왜놈들이 침략해 조선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보광사의 아기장사가 왜놈들을 물리치고 사람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베라산마을까지 전해졌습니다.
* 주엽동에는 '아기장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날개가 달린 범상치 않은 주인공 묘사는 유사하나, 부모가 날개를 지져 아기장수가 죽은 것으로 전해집니다.